바람이 부는 날

사성은 덜덜 떨리는 손을 붙잡으며 진재의 집으로 향했다. 한달 전 그 날처럼 밤이었다. 보름달이 자기 머리 위에 올라와 있었다. 사무실에서 빡빡한 교정에 시달리다 겨우 밤에야 시간이 났다. 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열린다. 흔들리는 발걸음을 다잡으며 집 안으로 들어간다. 선생님, 하고 부르려다 관뒀다. 술과 담배 냄새가 나는 대로 따라간다. 그 끝에는 부엌이 ...

“선생님.” 연사성이 앞에 지나가던 남자를 불렀다. 남자는 사무실에서 막 몸을 돌려 나가려던 참이었다. 단단한 등이었다. 약간 큰 코트에 가린 등은 견고하고 부드러웠다. 사성의 나직한 목소리에 살짝 멈칫하던 그의 몸이 뒤를 돌아봤다. 사성은 자신에게로 돌아보는 얼굴을 보며 웃었다. 그가 맞았다. “아니 어떻게 이번엔 원고 마감 빨리 하셨네요? 절 부르시지 ...